Thomas Pynchon
전쟁의 시대,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
by modern promenader
“전쟁의 진짜 사업은 사고 파는 일이다. 죽음은 그저 부차적일 뿐이다.”
토마스 핀천의 문장은 전쟁에 씌워진 모든 장막을 찢어버린다. 국가의 도덕, 자유의 수호, 정의로운 명분은 결국 부차적인 수사일 뿐이다. 그의 눈에 전쟁은 무엇보다도 자본의 장부 위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매매다. 누군가는 총을 쏘고, 누군가는 죽어가지만, 그 뒤에서는 누군가의 주식이 오르고, 기업의 장부가 불어난다. 전쟁은 죽음의 드라마가 아니라, 자본의 계산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미국의 죽음은 시작된다.
돈의 종교화
핀천은 미국 사회를 “돈을 쓰는 나라”로 보지 않는다. 그는 미국을 “돈을 숭배하는 나라”로 본다. 『Bleeding Edge』 속 한 대사는 이렇게 말한다.
“쌍둥이 빌딩은 이 나라가 진정 숭배하는 우상이었다. 바로 시장 말이다.”
테러 이전부터 이미 세계무역센터는 금융이라는 종교의 신전이었다. 우리는 ‘자유’를 공격받았다고 말했지만, 핀천이 보기에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시장이라는 우상에 대한 공격이었다.
시장이라는 맹목
미국은 보이지 않는 손을 신처럼 믿는다. 자원은 결코 고갈되지 않을 것이고, 이윤은 영원히 늘어날 것이라는 믿음. 하지만 이는 과학적 추론이 아니라, 근거 없는 신앙이다. 핀천은 이러한 맹목을 경제학적 신앙으로 묘사한다. 경쟁 이데올로기들은 서로를 향해 “종교전”을 벌인다. 마르크스주의와 자본주의, 자유시장주의와 개입주의가 충돌하는 이유는 단순한 이론의 차이가 아니라, 맹목적 신앙의 충돌이다.
정치와 신앙의 결탁
조지 W. 부시 시대 이후, 공화당의 탐욕은 새로운 얼굴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더 이상 계산된 이익이 아니라, 종말론적 신앙이었다. 핀천은 이를 냉소적으로 풍자한다. “아기 예수가 포트폴리오를 관리한다.” 이제 정치인은 미래에 대한 책임을 고민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장과 신앙을 결탁시키며, 스스로의 탐욕을 신성화한다. 정치는 제도의 운영이 아니라, 돈의 교리를 설파하는 강단이 되었다.
군산복합체의 질서
핀천의 작품에서 전쟁은 언제나 군산복합체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Gravity’s Rainbow』와 『Bleeding Edge』는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전쟁의 본질은 살육이 아니라, 사고 파는 행위다. 무기가 거래되고, 자원이 배분되고,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다. 살인은 부차적이다. 이 구조 속에서 군산복합체는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질서가 된다.
양당의 공모
중요한 것은 이 구조가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모두 전쟁 경제를 포기하지 않았다. 부시의 이라크 전쟁과 오바마의 드론 전쟁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좌와 우의 구분은 희미해졌고, 남은 것은 돈의 종교뿐이었다. 미국에는 더 이상 반전의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적 갈등은 부차적이고, 본질은 공모된 자본의 종교다.
후기 자본주의의 구조
핀천은 후기 자본주의를 “글로벌 피라미드 사기”라고 부른다.
그 피라미드의 정점에서 인간은 제물처럼 소모된다.
이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끝없는 성장을 믿는다. 자원은 유한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보지 않는다. 시장은 흔들리고, 주택과 토지가 거대 자본에 잠식되어 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아이들의 삶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환상을 붙든다. 그러나 핀천의 문학은 차갑게 말한다. 그것은 허상일 뿐이다.
일상의 붕괴
핀천이 그리는 후기 자본주의의 풍경은 거대 서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일상 속에서 더 선명히 드러난다. 부모 세대에게 당연했던 집, 안정된 직장, 예측 가능한 미래는 자녀 세대에게 희귀한 특권이 되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보다 더 가난하며, 더 불안정한 삶을 산다. 핀천은 이러한 일상의 붕괴를 통해, 후기 자본주의의 균열을 독자의 피부에 와닿게 한다.
결론: 전가된 전쟁, 내전의 그림자
오늘의 미국은 전쟁이 끝난 나라가 아니다.
전쟁은 총기 사건으로, 기후위기로, 부채로, 세대를 넘어 전가되고 있다.
부모 세대가 치른 전투는 자식 세대의 짐이 되었고,
그 짐은 더 이상 은유가 아니라 현실의 균열로 번진다.
핀천의 문학은 차갑게 묻는다.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단지 세대 전가의 전쟁인가,
아니면 곧 실질적 내전의 서막인가?
미국은 지금, 다시금 스스로를 향한 전쟁터 위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