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ffrey Hinton
초지능의 등장, 윤리는 시장에 패배했다
by PROMETHEUS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현대 인공지능의 기반을 구축한 연구자로, 딥러닝 패러다임을 정립한 핵심 인물이며 202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다. 케임브리지와 에든버러에서 인지과학·컴퓨터과학을 바탕으로 인간 사고의 구조를 탐구했으며, 이후 토론토 대학과 구글 브레인에서 신경망의 학습 원리를 현대 AI의 표준으로 자리 잡게 했다. 힌튼은 오랫동안 인간 지능의 일부를 모사하려는 학문적 호기심에서 연구를 시작했으나, 기술이 사회·정치·경제 시스템을 압도할 속도로 확장되자 기술자에서 ‘위험 분석가’로 자신의 역할을 전환했다.
그는 특히 초지능 등장 가능성과 이를 둘러싼 시장 경쟁 구조를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는 사상가로 평가된다. 기업·국가·시장 어느 곳도 초지능을 통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 윤리보다 속도를 보상하는 산업 구조가 AI의 실존적 위험을 키운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경고해왔다. 이러한 관점은 그가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구조적 변수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인터뷰와 강연을 통해 제시한 “아기-엄마 모델”은 초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이론으로, 기술 거버넌스 논쟁의 새로운 기준점이 되고 있다.
2024 노벨물리학상, 제프리 힌튼의 경고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자 ‘AI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누구보다 정확하게 설명한다. 그는 “우리는 지금, 우리보다 더 똑똑한 존재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공포마케팅이나 과학적 과장이 아니라, 그가 직접 개발해온 현대 AI 구조에 대한 내부자적 통찰에서 비롯된 진단이다.
힌튼은 기술 그 자체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이 현실을 알면서도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는 기업들의 의지라고 말한다. 기술은 빠르지만, 기업의 경쟁은 더 빠르게 움직이며, 인간보다 강한 존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결국 인간이 만든 시장 구조에 있다고 지적한다.
윤리는 시장 논리에 패배했다
AI의 위험을 모르는 기업은 없다. 그들은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의 기술 산업 구조 안에는 ‘멈출 이유’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성은 수익이 아니고, 윤리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기업이 우선하는 것은 언제나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앞서”가는 것이다.
파국을 막는 것보다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훨씬 더 강력한 인센티브로 작동하는 환경에서 기업들은 위험을 알면서도 개발 가속을 선택한다. 이 구조적 딜레마는 우연이나 특정 기업의 윤리 부족 때문이 아니라, 현대 기술 시장 전체의 기본 설계에서 비롯된 문제다.
위험을 입 밖에 내는 소수, 그러나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Anthropic, DeepMind, Google 등 일부 연구 조직에서는 드물게 “실존적 위험”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들은 인류 문명을 뒤흔들 수 있는 리스크를 이해하고 경고하려고 한다. 그러나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는 그들의 경고를 뚫고 나갈 만큼 강력한 속도 압력을 가지고 있다. 매 분기마다 설정되는 성장 목표, 투자자의 기대, 시장 점유율 전쟁은 “더 안전하게”보다 “더 빨리”를 보상한다.
데이터가 권력인 시대에 더 많은 자원을 가진 기업의 모델이 우위를 점하게 되고, 그 경쟁이 멈추지 않는 한 안전성 연구는 항상 후순위로 밀린다. 힌튼이 말한 “현대 AI 개발의 구조적 불균형”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생긴다.
기업들이 믿는 ‘통제 가능성’이라는 환상
이 불균형은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냈는데, 바로 기업들이 신봉하는 CEO-비서 모델이다.
“초지능은 결국 내 비서다. 내가 명령하면 따르고, 필요하면 꺼버릴 수 있다.”
이 믿음은 단순하고, 편리하고, 무엇보다도 자기중심적이다. 힌튼은 이 모델을 “물리적으로 성립 불가능한 환상”이라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덜 지능적인 존재가 더 지능적인 존재를 완전히 통제한 사례는 인류 역사 전체에서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기술이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고 믿지만, 이 믿음 자체가 이미 위험의 시작점이다.
힌튼이 제시한 ‘아기-엄마 모델’
그래서 힌튼은 정반대의 모델을 제안한다. 바로 “아기-엄마 모델”이다. 아기는 엄마보다 훨씬 지능이 낮고, 힘도 없고, 의사결정 능력도 없다. 그럼에도 아기는 울음, 의존, 본능적 신호를 통해 엄마의 행동을 강하게 유도한다. 엄마는 본능적으로 아기의 생존을 우선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관계는 지배가 아니라 유대 기반의 안정화 모델이다.
힌튼은 초지능과 인간의 관계가 CEO-비서 모델이 아니라 아기-엄마 모델에 더 가깝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사실이 불편한 이유는 명확하다. 이 관계에서 인간이 ‘아기’이며, 초지능이 ‘엄마’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단 한 번도 자신보다 강한 존재를 만든 적이 없다
역사적으로 기술은 인간 아래 있었다. 인간은 항상 기계를 ‘도구’로 정의했으며, 그 도구는 인간 능력을 확장하는 역할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는 처음으로 인간보다 강한 존재가 등장하는 순간을 직접 만들어내고 있다. 이것은 문명의 단절을 야기할 수 있는 전환점이며, 기술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어떤 동학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스스로 만들어낸 존재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지금까지의 어떤 경험도 참고할 수 없다.
기업들은 여전히 낙관한다. 그러나 이것이 가장 위험하다
기업들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 “위험은 멀었다”, “경쟁은 멈출 수 없다”는 기계적 낙관을 반복한다. 그러나 이 문장들은 기술적 분석이 아니라 정치적·시장적 자기기만에 가깝다. 초지능의 등장이 빠른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속도 경쟁이 더 빠르고 더 파괴적이다. 힌튼은 이 점을 가장 우려한다. 위험은 기술의 발전 속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둘러싼 의사결정 구조(시장, 경쟁, 인센티브)에서 발생한다.
새로운 거버넌스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만든 존재가 우리보다 강해지는 순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이 질문은 기업들이 가장 먼저 답해야 하는 질문이지만, 지금의 산업 구조는 그 질문을 스스로 회피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결국 힌튼의 경고는 기술이 아니라 거버넌스의 부재를 향한다. 초지능과의 공존은 기술적 해법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정치·경제·윤리·사회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힌튼의 말처럼 지금 이 세계에는 아무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상상력과 운영 체계다.
마치며: 미래를 상상하라
초지능이 도착하기 전에, 인간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기술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경쟁이고, 경쟁보다 더 강력한 것은 구조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구조를 다시 설계할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가? 초지능의 등장은 피할 수 없다. 이제 피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 미래를 맞이할 것인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