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i Suzuki

사유의 외주화, 결국 인간은 무너지는가?

by modern promenader

“우리는 파우스트인가?”

 

오늘날 우리는 GPT가 만든 문장을 받아 적고 인용한다. 필요한 말은 검색하면 되고, 생각은 몇 초 만에 문장이 된다. 이러다 끝없이 지식을 탐했지만 결국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고백했던 파우스트가 되는 것은 아닐까.

문득 생각한다. 과거는 달랐을까? 오래전에도 사람들은 현자의 말, 누군가 먼저 도달한 문장을 빌려 자신의 사유를 압축하려 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타인의 말이 생각을 대신해주는 시대를 살아온 것인지 모른다.

생각을 외주 맡기는 기술들

필요한 글은 요약으로 읽고, 복잡한 사유는 한 줄 명언으로 압축한다. 우리는 저장하고, 공유하고, 다시 인용한다. 인용은 논증을 대체하고, 구절은 사유의 증거처럼 사용된다. 그 과정에서 질문이 희미해진다. 지금 말하고 있는 이 문장, 정말 내 생각이 맞는가?

우리는 문장을 소유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문장이 우리를 대신 말하고 있다. 알고 싶은 욕망은 그대로인데, 생각하려는 고통은 가능한 한 피하고 싶다. 언어는 더 안전한 정답의 형태로 정리되고, 사유의 결은 납작해진다.

 


과연 오늘날의 문제인가

인간은 오래전부터 “한 현인이 말하길”, “어느 철학자가 말하길” 하며 타인의 말을 빌려 사유의 문을 열었다. 인용은 사유의 전달이자 종결이기도 했다.

독일에는 이런 농담이 있었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이 농담이 전제하는 세계에서는 남은 사유가 사소한 것이 된다. 오늘 우리가 GPT 인용을 통해 겪는 사유의 축소는 사실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오래된 인간적 습관의 기술적 진화일 뿐이다.

명언의 시대에서 GPT의 시대로

괴테의 문장과 성인의 가르침, 명언집 속 문장들은 오랫동안 우리의 사고를 대신해주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암송했고, 적절한 순간에 꺼내어 사유의 증거로 사용했다. 그 문장들은 안전했고, 검증되었고, 실수하지 않는 의견처럼 작동했다.

지금 우리는 같은 일을 GPT의 자동 생성 문장으로 반복하고 있다. 인용의 주체만 개인에서 거대한 모델로 바뀌었을 뿐, 사유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차이는 분명하다. 명언은 시간을 통과한 언어였지만, GPT의 문장은 속도를 통해 신뢰를 대체하려 한다. 이제 사유의 권위는 시간이 아니라 알고리즘의 처리량에서 나온다.


 

작은 파우스트가 된 우리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는 모든 지식을 탐하지만 결국 공허함에 시달린다. “더 알고 싶다”는 끝없는 결핍은 그를 구원하지 못한다.

오늘의 우리는 무한한 정보와 도구를 가진 채 각자 작은 파우스트처럼 살아간다. 더 빨리 이해하고 싶고, 더 앞서고 싶지만 마음의 허기는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그 앎을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내느냐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아니라, 환경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GPT 때문에 덜 생각하게 된 것일까, 아니면 인간은 원래부터 생각을 남에게 맡기고 싶었던 존재였을까? 사실 인간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단지 생각을 대신해주는 환경이 너무 빠르고, 광범위하고, 편리해졌을 뿐이다.

편리한 인용과 자동 생성된 문장 속에서 우리의 사유는 어디에 머무는가? 남의 문장이 아니라, 내 삶에서 길어 올린 생각을 우리는 아직 말할 수 있을까? 사유가 외주화될 때 판단은 어디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마치며: 파우스트가 될 것인가?

우리는 GPT의 답변을 저장하고, 공유하고, 다시 인용한다.
그렇게 말해버린 문장은 정말 ‘나’의 생각이 맞는가?

파우스트는 끝없이 지식을 탐했지만 결국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편리한 인용과 자동 생성된 문장 속에서 우리의 사유는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사유가 흐려지면 판단도 함께 약해진다. 그래서 마지막 질문은 더욱 선명해진다.

“GPT가 생각하고 대답하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다시 ‘판단하는 인간’이 될 것인가?”

Yui Suzuki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저자(글) · 이지수 번역

스즈키 유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우리는 매일 많은 문장을 읽고 저장하지만, 정작 그것이 누구의 생각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과거엔 괴테 같은 위대한 작가의 말을 외우고 인용하며 사유를 대신했고, 지금은 GPT가 만들어준 문장을 쉽게 받아들인다. 이 소설은 그런 변화를 직접 말하지 않으면서도, 남의 말에 기대어 생각하는 우리의 습관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한다.

신형철 평론가는 이 작품이 문장의 출처를 아는 것과 그 뜻을 살아내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평한다. 23세에 아쿠타가와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스즈키 유이는, 지식이 넘치는 시대에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되찾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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